세번째 책은 허지웅이 2014년에 출판한 에세이 책이다.
사실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있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술술 읽혀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짧은 글 뒤엔 언제 쓴 글인가가 적혀져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4년 까지,
글이 쓰여진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 쓰여진 날짜가 중요함.
허지웅은 '마녀사장'에서 처음 보고 방송인으로 방송하는 사람으로만 접해본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음으로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그의 생각과 철학에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모든 인간은 모순적이고 흠결투성이라고 생각한다"
"완전 무결하지 못한 타인을 과하게 탓하고 자신의 악행은 선량한 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기는 이중성"
이것은 후반의 '언론'에 대한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최민수의 이태원 노인 폭력사건, 마이클 잭슨
살인사건이나 스타의 가십에 대한 언론의 태도와 이중성은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고 누군가를 신화함 함으로써 상품화 시킨다.
이것은
앞서 언급된
"완전 무결하지 못한 타인을 과하게 탓하고 자신의 악행은 선량한 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기는 이중성"을 가진
개인들의 댓글로 스타들은 '공인'이란 이름아래 난도질 당한다.
이것은 비단 연예인/스타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요즘은 SNS, 동영상, 사진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언제든지 신상이 털리거나 그로인해 모든 것을 잃는 일들이 많이 있다.
이것이, 때론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올바르지 못한 세상, 불공평한 세상, 나쁜 놈들이 잘 사는 세상에
우리가 직접 나서 그들을 벌하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 들어 나 역시도 통쾌할때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가?
특히 뭐든지 '과하다'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지나친 관심과 지나친 악플, 지나친 신상공개와 지나친 억측
거기에 언론들은 그과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광고와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짜집기된 말과 자극적인 사진들을
마구 써댄다.
우리는 스타가 잘 되고 잘 나가는 것보다
망가지고 무너지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일에 더 열광한다.
책의 뒷부분은 영화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가는 부분이 많은데
그 중에 인상깊었던 부분은
"정의에 심취한 자들" 이라는 소제목으로 영화"더헌트"에 대한 리뷰이다.
이 내용은 전체를 다 남겨두고 싶을 정도로나 시사하는 점이 크다.
아직 더헌트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영화를 봐야 겠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자면
루카스는 이혼을하고 고등학고 교사였으나 작은마을에서 학교가 폐교되자 유치원교사로 지내고 있다.
외롭지만 친구들이 있어서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친한 친구인 테오부부의 6살 딸 클라라를 챙겨주고 클라라는
사려깊은 루카스를 좋아한다. 어느날 클라라가 루카스의 입에 키스를하고 고백편지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루카스는 입술키스는 부모님께만하는거라고 말하고, 편지도 또래 남자아이에게 주라고 한다.
이에 상처받은 클라라는 유치원원장에게 루카스가 밉다고하고 이유를 묻는 원장에게 루카스에게 남성기가 달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본 것처럼 말한다.
원장은 이를 경찰과 다른 부모님에게 알린다.
이후 루카스의 삶은 망가진다.
평생을 사귄 친구들이 등을 돌리고, 마을의 상점들은 루카스의 출입을 금한다.
누군가 루카스의 개를 죽인다. 집에 돌을 던진다.
루카스의 아들이 아버지의 친구들에게 구타를 당한다.
유치원아이들이 하나같이 루키스의 집 지하실에 끌려간 이야기를 진술한다(루카스의 집에는 지하실이없다)
경찰은 루카스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번 판단한 내용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책에 쓰여진 줄거리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우리는 언제나 '단면'만 본다.
그 단면만으로 모든것을 안다는 듯이 '판다'하고 '심판'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세간의 소문, 혹은 기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는 순식간에 악인이 된다.
우리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그것을 가능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단죄할 때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착각한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에 증명하기 위해 더 강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더불어 공동체를 위해 마땅한 정의를 실현했다고 시끄럽게 과시한다.
그 정의 앞에 다른 모든 가치판단은 유보되거나 선행된 판단에 맞추어 재배열된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들은 대게,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쓰여진지 꽤 된 책이라,
많은 부분에서 과거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서 지금과는 맞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관통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시각을 다루고 있고
두꺼운 책이지만 굉장히 잘 읽히는 책이라 금방 다 읽을 수 있을듯.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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