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뭔가, 멍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추위에 움츠러 든다.
유난히 계절을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이 오면 마치 겨울잠을 자듯 무기력해진다.
내 스스로 그런 생각을 가져서 일 수도 있겠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면 아침잠이 없어지고 밤잠이 빨라진다.
해가 짧아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밤잠이 없어지고 아침잠이 많아진다.
혹은, 이 맘때쯤의 기억 때문인가 불면증으로 잠못드는 날들이 늘어난다.
의욕도 줄어 '아무것도'하기 싫은
누워있어도 누워있고 싶은 상태가 된다.
올해는, 뭔가 더 심했다.
지난 여름 미친듯이 운동하고 공부하며 달려나갔던 탓이었을까.
모든 의욕을 다 쏟아부어 이제 단 1%의 연료도 남아 있지 않다는 듯이
무기력해졌다.
겨울이 되면 술마시는 밤이 많아진다.
잠이 오지 않으니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니 더 잠이 안오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술을 마시니 안주를 찾게 되고 먹으니 살도 찐다.
살이 오르니 더 움직이기 싫은 또 다른 악순환.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날,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들 중 한명이 세상을 떠났다.
많이 울었고 많이 원망했다.
이렇게 빨리, 왜 이렇게 빨리 이 아이를 데려가야만 했는지,
하늘을 원망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를 잃은 남편과,
똑똑하고 똑 부러지던 딸을 잃은 부모님의 슬픔이
전해져 왔다.
더 젊었던 때에 한 차례 고통과 고비의 순간을 넘어선 아이에게
또 다시 찾아온 병마는 결국 그 아이를 앗아가 버렸다.
힘든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친구의 마지막은
살아 생전 밝았던, 생기있던 모습과 겹쳐져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았다.
죽음은
결코 실감할 수 없다.
아직도 그 친구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19년의 제주도 여행이 마지막이 되었다.
우리는 20살 피어나는 꽃으로 만나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우리는 서로의 고민과 일상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좌절했다.
그 사이,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엄마가 되었으며 누군가는 새로운 길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살아가던 중 기적처럼 모두 제주도에 모였다.
그 2박3일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달콤했다.
그 여행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삶은,
살아있는 자에게 허락된다.
살아 있는 사람을 살아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추억이,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이 있는한.
그 친구는 영원히 우리 곁에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겠지.
언젠가 떠날 나를 위해,
그리고 그 때 남아있을 누군가를 위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라고 다짐했다.
이제
이 겨울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지난 2020년은 코로나로 많이 힘들고
답답했다. 그래도 열심히 달렸고 그만큼의 결과도 얻었다.
몇일을 무기력하게 있다보니
어느새 2021년이 시작되었다.
2021년에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시간 참....
또 새로운 변화들이 생기겠지.
어제보다 한발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시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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