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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 생각들/기록

2021년 9월 27일, 루가 별이 되었다.

by redru 2021. 9. 28.

15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한 우리 루와 로미.
내가 대학때 처음 만나,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모든 순간순간을 함께 했던 루와 로미.

그 중 루가 2021년 9월 27일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수없이 상상하고 수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떠나기 전에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루가 떠난 지금
더 사랑해 줄껄, 더 안아줄껄, 더 봐둘껄,,
그저 후회만 남는다.

항상
내 뒤에서 나만 따라다니며
나에게 기대왔던 루.

그 루가 이제 없다.
15년동안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내 곁에 있었다.

7월 말,
갑자기 움직이지 않고 먹지 않아 말라갔던 루.
관절염이 심해져서 고통으로 움직이기 힘들었고
눈병까지 왔다.

당시 두드러기로 고생중이라
루의 변화를 더 빨리루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행히 루는 매일 열심히 약을 먹고 안약을 넣고
기력을 회복하고 건강도 많이 되찾았지만,

노묘라 회복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잘 먹어주고 여전히 애교가 많고
나를 열심히 바라봐 주던 루.

이렇게, 신경써서 관리만 잘하면 더 오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9월 25일. 새벽 5시쯤.
꿈이 이상했다. 너무너무 이상한 꿈.
뭐 이런 꿈이 있어라고 생각하면 깬 곳에
루가 개구호흡을 하며 힘겹게 숨쉬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루가 죽는 줄 알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루를 보내 줄 수 없었다.
결국 오열하며 제발 죽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제발, 제발 이대로 가지 말아달라고

기적처럼 루는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아침이 오고 계속해서 돌아오는 고비
그렇게 루는 계속해서 고비와 안정을 반복했다.

루는 이미 고령에 몸이 쇠약해져
마취를 쓰는 검사 조차도 힘들었고
독한 약도 쓰기 어려워 그저 편안하게,
집에서, 가족의 품에서 보내기로 결심한 뒤였기에

그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먹이고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밤이 되자 루는 늘 그렇듯이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일요일 새벽. 루는 또 다시 힘겨워 했다.
또다시 고비를 넘기고 지친듯 선잠을 자다 깼다 하는 루.

나는 산소방 대여를 신청하고 물을 먹이고 츄르와 습식사료를 먹였다.
루는 또다시 어둡고 좁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일요일 저녁
비틀비틀 걷지도 못하는 루는
또 다시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월요일 밤과 새벽.
잠은 잤다 깼다를 반복하며 루와 함께 했다.

너무 힘겨워 하는 루에게
미안하고 미안했다.

힘겨워하는 루를 보며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수없이 애기하며
울었다.

과거를 헤집으며 나의 잘못을
곱씹고 후회하며 자책했다.

마음은 퐁풍같았다.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야하나,
다시 치료를 해야하나.

하지만
병원에서 쓸쓸히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루가
떠올라 도저히 병원으로 갈 수가 없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루는 이제 일어설 수 조차 없게 되어
배변 패드를 계속 갈아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따뜻한 물을 주위에 두었다.

물을 먹이고 단호박 간것을 먹였다.

그래도 먹고나면 좀 기운을 내는 것 같았다.
갑자기 움직여서 화장실을 가기도 했다.
그래 산소방이 오고 열심히 먹이면 좀 더, 좀 더 살 수 있을꺼라
희망을 가졌다.

토요일 부터 월요일까지,
루 곁에 있었지만,
잠시 화장실, 부엌에 다녀 올때마다
혹시 그사이 루가 죽어 있을까봐 너무 무서웠다.

급하게 오전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루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직 살아 있었다.

그렇게 오후

루에게 물을 먹이고 잠시 보는데

갑자기 일어나
비틀대며 구석으로 걸어 갔다.
나는 따라갔고
루에게 단호박 죽을 먹이려 했는데,,,,

루는 힘겹게 숨을 쉬며 괴로워 했다.
그리고 짧게 비명을 두번 지르고
오줌을 싸고,,
천천히 몸에 힘이 빠졌다.
나는 힘이 빠져 축 늘어진 루를 안아 들었다.
아직 따뜻하고 눈을 뜨고 있었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루는 별이 되었다.

너무 슬펐다.
이제 이렇게 루는 내곁을 떠나는 구나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제발, 우리 또 만나자

다음엔, 꼭 엄마 진짜 딸로 태어나줘

서우가 학교 끝나고 놀다가
전화가 왔다.

우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루 죽었어?"
라고 물었다.

나는 "응"이라고 대답해줬다.
서우는 바로 집으로 달려와 가방을 맨 채로
루르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래, 루를 잃은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루를 잃은 거였다.

루를 닦여주고
눈을 감겨주고
패드에 눕혀 쓰다듬어주었다.

점점 굳어가고 차가워 지는 루가
낯설었다.

루가 좋아했던 숨숨집에
루가 좋아했던 담요를 깔고
루를 눕혀 감싸주었다.

루가.
죽었다.

남편에게도 소식을 알리고
화장이 가능한 "펫노블레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남편의 퇴근을 기다렸다.

저녁 7시 30분쯤 출발해 8시에 도착.
서우는 종일 울어서 지쳤는지
그 짧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깼다.

서우는 하교때부터 장례식장 갈때까지
계속해서
"루가 살아 있을 수도 있잖아"
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마다
엄마도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살아 있을 수가 없어
화장은 뜨거운데 들어가는게 아니라
죽어서 몸이 너무 차가워져서 따뜻하게 해주는 거야라고 나름대로 위로 했다.

펫노블레스는 너무 좋았다.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깨끗하고 조용했다.

안내해주시는 분은
조심스럽게 위로해 주셨고

정성을 다해 루의 마지막을 준비해 주시고 진행해 주셨다.

서우가 정말 오열했다.
루를 진심으로 보내주고 있었다.

충분한 추모시간을 가지고
관에 편지도 쓰고 사진도

많이 울었다.

서우는 정말 진심으로 온몸으로 오열하고 "이제 준비가 된거 같아"라고 말했다.

관 뚜껑을 닫으며 오열하는 서우를 뒤로
루는 불길속으로 들어갔다.

40분의 시간

루의 머리뼈 갈비뼈 등이 나왔다.
정말 작았다.

정성스럽게 가루로 만들어
싸서 넣어 주셨다.

이로써 모든 절차가 끝났다.

장례사분은
15년이란 긴시간동안 잘 관리 하셨는지
원래 화장하며 뼈가 깨지는데 깨지지도 않고 단단했다고
아이가 편안해 보인다고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위로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 집에가면 루가 없다는 생각에
내가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루가 이제
진짜 없구나

집이 텅빈것 같았다.

로미도 없어진 루를 계속 찾는 듯 했다.
그래, 힘을 내야 한다.
아직 로미가 있다.
로미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해.

이틀동안 잠을 못자고
많이 울고
먹은게 없어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고 힘도 없고
피곤했다.

너무,, 피곤했다.

새벽에 다시 눈이 떠졌다.
내 옆에 로미가 누워 있었다.
고맙다 로미야.

루는 이제 없다
나는, 아마, 평생 루를 기억하고 그리워 할 것이다.

루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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