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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 생각들/매일 글쓰기.

오롯이 나

by redru 2022. 1. 17.

초등학생 겨울방학.
코로나의 영향이기도 하고
거의 24시간 아들과 붙어 있다.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아들은 나와 거의 모든 순간 함께한다.

그런 시간을 쭈욱 보내다가

서울에 갔다.
내 아들의 외삼촌인 내 남동생은
나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어디든 다녀오라고
배려해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혼자"
거리를 걷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커피숍에 들러 케익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고
그저 멍하니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서우를 낳기 전
대학을 다니고 회사를 다니며 서울에서 13~14년을 살았는데
그때는 서울이 나의 집이었는데
지금은 낯선 곳의 모습을 하고
그 속에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생경했다.

왠지 19살, 수능을 마치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벌써,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자니
내가 느껴졌다.

언제부터인가
오롯이 나로 있는 시간은 가지기 힘들었다.

남편의 아내
아이의 엄마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고모, 형님, 등등등등 ㅎㅎ

뭐,,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시간 역시 소중하고 행복하다.

누군가의 무엇이 될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내 주위의 사람들 역시 나의 무엇이 되어 살아가 주고 있다.

하지만
정말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참으로 필요하다.

그 시간이 나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고
그 시간을 통해 내 주위의 사람에 대한 감사를 더욱 느낀다.

그리고 내가 가야할 방향과 길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준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역시
오롯이 나로 있는 시간이므로
소중하다.

응.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
오롯이 나로 있는 "순간"을 느끼기 위해서.

그 원동력으로 오늘도 내일도
좀 더 나은 나로 좀더 나은 누군가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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